일본 메이저리거 4명이 17년 만에 한 경기에서 만난 날, 한국계 4번타자도 질 수 없다는 듯 존재감을 발휘했다. 2023 WBC 한국 국가대표 출신 토미 에드먼(29·LA 다저스)이 트레이드 후 20경기 만에 1·2호 홈런을 터트리며 맹활약했다.
에드먼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 4번-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컵스에 3-6으로 패했다.
11일 다저스와 컵스의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일본 메이저리거 4명의 동반 출전 소식이었다. 이날 선발 등판이 예고된 다저스 야마모토 노시노부와 컵스 이마나가 쇼타, 타자로 꾸준히 출전 중인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컵스 스즈키 세이야까지. 4명의 일본 출신 스타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맞대결을 앞둬 미일 양국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일본 국적의 메이저리거 4명이 한 경기에서 만나는 건 2007년 스즈키 이치로, 조지마 겐지(이상 시애틀 매리너스), 마쓰이 히데키, 이가와 게이(뉴욕 양키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맞붙은 이후 17년 만이었다. 또한 다저스 소속의 오타니가 역사상 첫 50-50에 도전하고 있어 홈런 내지 도루 추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예상과 달리 경기 중반까지 가장 빛난 선수는 에드먼이었다. 4번타자로 출장한 에드먼은 첫 번째 타석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저스가 0-1 뒤진 2회 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에드먼은 약간 높게 형성된 초구 시속 92.4마일(약 148.7km)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휘둘러 왼쪽 담장을 살짝 넘기는 비거리 357피트(약 108m)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시즌 1호 홈런.
마수걸이포를 신고한 에드먼은 다음 타석에서 연속으로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1-1로 팽팽한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도 실투성에 가까운 초구 시속 93.7마일(약 150.8km)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388피트(약 118m) 역전 솔로포를 만들었다. 시즌 2호 홈런.
에드먼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8회 초 컵스에 5점을 내주며 안방에서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이마나가 또한 에드먼 상대 2홈런 포함 솔로포 3방을 맞고 주춤했지만, 투구수 89개로 7이닝 3실점을 기록해 시즌 13승을 챙겼다.
한국계 메이저리거인 토미 ‘현수’ 에드먼은 2023 WBC 한국 국가대표로 발탁돼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꽤 친숙한 선수다. 2019년부터 줄곧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활약한 에드먼은 지난 7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다저스로 팀을 옮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올 시즌 손목과 발목 부상으로 트레이드 전까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던 에드먼은 지난달 20일 시애틀전에서 9번-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뒤 팀에서 점차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올 시즌 에드먼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3(75타수 22안타) 2홈런 9타점 10득점 5도루 OPS 0.743을 마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