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텔레그레프’의 기자 제임스 더커는 17일(한국시간)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구단 소유주 이네오스 그룹과 맷 레드클리프 구단주에게 자신의 요구 사항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맨유는 2023-2024시즌 온갖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시즌 14패째를 떠안은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패를 기록을 두 번이나 경신했다. 지난 7일 크리스탈 팰리스에 0-4로 대패하면서 만들어진 13패가 그 기록.
더불어 13일 아스날을 홈으로 불러들여 0-1로 패배하며 이번 시즌 54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이는 1976-1977시즌 이후 47년 만에 기록한 최다 실점 기록이다. 다행히 뒤이어 치른 리그 최종전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경기에서는 2-0으로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공격과 수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시즌이다. 리그 38경기에서 57골을 기록하고 58골을 실점하며 득실차 -1로 시즌을 마쳤다.
심지어 유럽 무대에서도 망가졌다. 맨유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 사상 최초로 4위로 광탈하는 굴욕을 맛봤다. FA컵 결과와 상관없이 팀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보도도 흘러나오면서 이별이 가속화되나 싶었다.
하지만 FA컵에서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드달 25일 2023-2024시즌 FA컵 결승전에서 맨유가 맨시티를 2-1로 잡아낸 것. 경기력도 나쁘지 않고 ‘라이멀’ 맨시티 상대로 승리하자 텐 하흐 감독의 잔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 관계자들은 텐 하흐가 맨시티를 상대로 승리한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로 인해 텐 하흐가 시즌 후에도 팀에 남을 가능성이 생겼다. 최종 결정은 시즌 종료 후 내려질 예정”이라고 알렸다.
매체는 “맨유는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감독 후보들을 평가하고 그들의 에이전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맨유는 FA컵 결과에 관계 없이 텐 하흐의 경질을 이야기했다. 이유는 UCL 진출 실패였다. 그러나 이번 FA컵 우승으로 인해 텐 하흐는 알렉스 퍼거슨 경 이후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트로피 획득에 성공한 감독”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약 만장일치로 텐 하흐의 유임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는 다음 시즌에도 맨유 감독으로 남는다. 텐 하흐와 맨유의 계약은 2025년까지다. 1년 추가 연장할 수 있는 옵션도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잔류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세 등등해진 텐 하흐 감독은 “나 잘려도 다른 팀에서 우승하면 된다”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단 텐 하흐 감독의 잔류도 쉽지 않은 상황. 그는 구단이 이적 시장의 전권을 제어하려는 맨유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수차례 인터뷰에서 맨유의 이적 시장 실패는 내 책임이 아니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싸움은 재계약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FA로 인해 경질 대신 텐 하흐 감독의 잔류를 원하고 있는 맨유에서는 보상으로 1년의 연장 계약을 선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텐 하흐 감독은 이적 권한에 대한 불만으로 구단을 압박하고 있다.
더커는 “텐 하흐 감독은 이네오스 그룹에게 자꾸 비협조적으로 나오거나 자신의 권한을 위협하려고 한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라면서 “연장 계약을 원하지만 자신은 결코 타협할 의지가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